조건없는 사랑
엄마는 내게 항상 말한다.
아빠가 연애 초기 때는 꽃을 선물해줬었는데 어느 순간 한번도 받지 못했다고
내가 어버이날에 꽃을 선물할 때 마다 나오는 레퍼토리이다
어느 날 우연히 아빠가 엄마에게 쓴 손편지를 읽은 적이 있다. 힘들고 가난했던 시절 아빠가 쓴 편지에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로맨틱한 글들이 쓰여져 있었다. 내가 아는 아빠의 모습이 아니어서 솔직히 흠칫했지만…
왜 엄마가 꽃 한송이도 안 사주는 남자와 결혼했는지 편지 한장으로 알게 되었다.
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감정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보면 더 그렇다.

작년에 재밌게 본 일본 드라마 하츠코이
오랜만에 ost를 듣는데
나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순수한 사랑을 받아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
"제 꿈은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입니다"
이런 남자를 어케 잊어요..
저런 마음을 준 남자를 과연 잊을 수 있나요..
하츠코이는 제목답게 정말 지독하고 아련하고 순수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.
요즘 시대는 점점 더 사랑이라는 감정이 가벼워져가고 있는 것 같다.
그냥 해보고 아니면 말고.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상대방의, 그리고 나의 조건을 따지게 되는
시간이 흐를수록 한 사람을 순수하게 사랑하는 감정만으로 시작하는 게 어려워지게 된다.
나는 어떤 사랑을 추구하고 지향하는지 사랑에 대한 나의 가치관은 무엇인지
나는 적어도 그 사람에 대한 나의 마음을 물어봤을때 한 치의 망설임없이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
사람이 되고 싶다.
이 드라마를 보며 가장 압도적이었던 회차가 한 개 있다. 5화
5화는 하루미치의 여동생과 야예가 처음으로 대화하는 것이 나오는 회차다.
하루미치의 여동생은 청각장애를 갖고 있어, 대화를 하려면 수화로 해야 한다.
아예는 하루미치의 여동생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남몰래 혼자 수화를 익혀온다..
수화를 할 줄 아냐는 하루미치의 질문에 "그야 나도 유와 대화하고 싶으니까"
라고 대답하는 야예를 보며 진짜 야며들었다...
아니 저런 사람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싶다. 진짜 마음이 뭉클해지고 따뜻해지는 회차였다.
일본의 로맨스물은 언제나 순수한 사랑을 그려서 좋다.
요즘시대에 순수한 사랑이라는 거 자체가 판타지스럽기는 하지만,
그냥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보는 그런 사랑을 그려서 좋다
순수한 사랑은 세상 그 무엇보다도 위대한 것 같다.
